허수아비

 

나는 허수아비입니다.

그대에게 내 마음

모두 떠나고

남은 건 허수아비

깡마른 나무토막입니다.


이 표정으로는

웃을 수도 없습니다.

그대를 향해 달겨드는

참새들을 쫓기위해

온종일 서 있는 허수아비.

비스듬한 모자 사이로

햇살이 따가와도

짚으로 만든 가슴을 헤집고

찬 바람이 스며도

긴 밤 축축히 젖는 이슬을 맞으며

그래도 그대를 지키렵니다.


가을이 지나

그대 떠난 들판에 버려질지라도

나는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그리고 나는 즐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