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리꽃 그대

 

지난 달 얼핏 지나가며 눈을 맞추었던

꽃을 찾으러 그 언덕에 왔다

흰 면사포 빛의 화려했던 싸리꽃은

나를 기다려 주지도 않고

시간의 큰 바람 속으로 자신의 길을 가 버렸다

원망과 아쉬움에 맥이 풀려 주저앉으니

옆에서 패랭이꽃이 너무 늦게 왔다고 말한다

싸리꽃은 나를 기다리다가

마지막 눈을 감지 못한 채

바람에 떠밀려 가 버렸다고

가면서도 아쉬워 수없이 뒤돌아보았다고

고개를 숙이며 패랭이꽃은 말한다

자신도 곧 그렇게 될 것 같다고...


나의 눈에 하늘이 가득 고여 출렁였다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무슨 급한 일로 나는

그를 만나는 일 미루었나

손에 닿기만 해도 녹아 버리는 눈처럼

연약한 꽃인 줄 알면서도

늘 거기 있다고 생각하던 방심

그대 속의 재가 바람에 다 날려가고

오직 내 마음 속에 희미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데


내 발 앞에 민들레가

꽃망울을 준비해 놓고 기다린다

그 고통이 너무 크니까 피지 말라고

말해 주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다

그냥 바라보며

나처럼 방심하다가 후회하는 사람을

만나지 않았으면 하고

빌어 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