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는 의미를 바람에 적으며

- 아포 지나며 2

 

계절은 아직 거기에 있었다

내 어쩌면 기다리고 있던

깨어진 꿈의 흔적, 듬성한 하늘

이미 입력된 자료만으로도

머물지 못하는 바람의 생명력

순간 탈색된 기억의 변두리

스치기만 해도 감염될 것 같은

외로움의 아포를 지난다


피흐르는 소리 듣는다

밀물처럼, 혹은 또 밀물처럼

자만으로 지키던 작은 것

고통에 관한 기억들이 친근하게 느껴지고

저녁비가 올 거라는 예보가

차창에 얼룩으로 남아

가로수 그림자를 지우고 있다


들풀의 오만함으로 세운

생각의 뿌리가닥들

내 찢겨나간 날개자국을 돌아보며

꽃이 지는 의미를

아포 달려온 바람에 적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