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새

 

술병 속에도 비가 내릴 때

늘 그대 곁에서 머뭇거리던

남루한 생각들을 지우며

그래, 떠나기로 했어.

아직 나를 정리하지 못했다는 핑계로

잡고 있던 마지막 끈을 놓으며

모두 부질없다는, 그것으로 인해

내 속의 그를 해방시킨다.

아니 어쩌면 나는

내 속의 그를 토해내며,

쓴물까지 모두 손등으로 닦으며

너를 사랑했다고 말하지만

그건 내 속의 그를 사랑했을 뿐이야

온전한 그대로의 너는

처음 만날 때밖엔 없었어

내 의식 속에 너를 가두어 새를 만들 때

나는 너를 차지한 행복감으로 가득 찼었다.


내가 행복할 때 너는

조롱 속에서 슬픔의 노래를 불렀지.

네 날개의 빛을 잃어 가면서 나는

욕심의 허망함을 깨달았다.

이젠 정말 떠나야 한다.

술잔을 놓고

마무리 안된 생각들은

차차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다.

아니 안 되어도 그대로 좋다.

내가 받아야 할 고통으로 생각하면 되니까

여기쯤에서 일어서자

침묵이 치유하는 능력을 인정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