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
- 나무 아래서
바람이 세게 불면
떨어질 나뭇잎이 너무 많다.
잠시 지나던 햇살이
노란 은행잎에 앉아 쉬고 있다.
언제라도 떨어질 준비를 하고
그들은 기다리고 있다.
아직 할 일이 남았다고
고개를 돌리지 못하는 나의 눈길이
한 개 나뭇잎보다 애처롭다.
할 것은 많은데
바람이 놓아두지를 않는다고 말해 봐야지.
내, 욕심 그려진 얼굴
그들이 보기에 우습다.
이미 떨어진 낙엽보다 못한 표정을 하고
하늘을 보면 하늘은
시간이 모자란 걸 인정하겠지.
내 주어진 시간이
모두 어디로 가 버리고 나는
너무 짧은 시간을 가졌다고
말하면 되겠지.
낙엽 떨어진 나무 아래에는
자신의 일을 마친 그들이 모여
경건하게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