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종의 시

 

저녁상 앞에 앉는다.

들판에 흩어진 햇살 주워

작은 접시에 담고

내 마음속 오솔길 거니는

뱁새들 웃음소리로

손을 씻고, 하루종일 내 갉아먹은

생명만큼의 먼지를 털어내며

내 소중한 아이들에게

풍성한 하루를 마련한다.


그다지 희망적이지도

절망적이지도 않은

그들의 미래를 등불로 밝히고

꿈속에서도 지친 아내의 등을 보며

그 마음의 평화를 꺼내 자리를 깔고

저녁상 앞에 앉으면

오늘 하루 남에게 고통 준 건 없는지

반성하며, 이 목숨 낭비하진 않았나

아이들과 함께 돌아보노라면

어둠은 이미 우리의 세계를 열어

창 밖에서 들여다보고 있다.


내 가진 건 겨우 이밥에 소찬이지만

너희 마음속 믿음이 함께하는 한

우리는 희망쪽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씀바귀 나물을 숟가락에 올려주는

내 마음을

아내가 보고 미소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