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 앞에서

 

그리움의 앙금들을 깊숙이

간직한 채, 늘 굳은 표정으로

세월을 지키고 섰다

이름만큼 찬란한 모습이 아닌 채

어깨 위에 쌓인

시간의 기억을 지우며

동상이 비를 맞는다


바람이 건드리지 못하는

의식의 옷자락에

외로움의 눈물이 배어나고

굳어 버린 상념의 형상화,

바위처럼 스스로이지도 못한 채

과거에 젖어 있다.


언제나 뜨여 있는 눈으로

말하려는 것조차 <나>가 아니고

무거운 발자국 소리가

낯선 모습으로 다가와

나를 지우고 있다

씻어도 씻어도 시간의 흔적은

무릎으로 가슴으로

턱밑으로 차오르고

내 만나는 과거의 얼굴

무엇을 외치려는가

이 비오는 정원에 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