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의 편지

 

하느님

당신은 당신의 일을 하고

나는 나의 일을 합니다.


하늘 가득 먹구름으로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건 당신의 일이지만

그 빗방울에 젖는 어린 화분을

처마 밑으로 옮기는 것은 나의 일,


하늘에 그려지는 천둥과 번개로

당신은 당신이 있다는 것을

알리지만

그 아래 떨고 있는 어린 아이를

안고 보듬으며 나는

아빠가 있다는 것으로

달랩니다.


당신의 일은 모두가 옳습니다만

우선 눈에 보이는

인간적인 쓸쓸함으로 외로와하는

아직 어린 영혼을 위해

나는 쓰여지고 싶어요.

어쩌면, 나는 우표처럼 살고 싶어요

꼭 필요한 눈빛을 위해

누군가의 마음 위에 붙지만

도착하면 쓸모 다하고 버려지는 우표처럼

나도 누군가의 영혼을

당신께로 보내는 작은 표시가

되고 싶음은

아직도 욕심이 많음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