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아래에서



가슴이 따스한 나무가

언덕 위에 서 있다.

나를 보고 웃고 있는 그의

손을 잡으며

나도 나무가 되어 설 날이 있을까

해가 져

쓸쓸한 바람이 불어도

나무는 그냥 웃고 있다.


나는 아직도 바람이 지날 때마다

온몸을 떨며 소리지르는

풀이다.

이젠 누구의 눈길도 바라지 않고

이름이 필요하지도 않은

그냥 아무 곳에나 자라는 풀일 뿐


그래도 살아

꽃피울 수 있고

겨울 어느 바람에

노래부르며 홀씨들을 날리기도 하는,

나무 아래에서

하잘 것없는 풀로 끝나는 삶이다.

하나의 사랑에 만족하며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