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상화

 

아주 천천히 우는 여자를 그리고 싶다

이렇게 배가 아프고 밖이 추운 날은 더

아주 천천히 우는 여자를 그리고 싶다

어느새 만들었는지 모를 눈물이 이슬처럼 슬며시

아랫눈썹으로 흡수되는, 그리고는 유리창에 튄

첫 번째 빗방울처럼 도르르 볼 밑으로 도르르 턱 끝으로

그 시간이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그런 여자를 그리고 싶다


"나는 그렇게도 많은 너의 눈물을 보면서

어느 날 니가 조금만 천천히 울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면 나도 조금은

할 얘기가 있을 텐데. 답답하지 않을 텐데 하면서"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그림 하나 그렸다가 어느 후배에게 주었다

별로 잘 그리진 않았다. 그래도 친근감이 간다

그림에다 '내가 날 잘못 만난 거야. 널 잘못 만난 게 아니라

날 잘못 만난 거야' 라고 적어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