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방

 

흰색 소파에 푹 잠겨 있다. 이 흰색 소파가 좋다

언제나 이렇게 푹 안겨 벽지 대신 발라놓은 회벽을

바라본다. 텅 비어 있는. 그림 하나 걸어둘 곳 없이

텅 비어 있는 회벽 안에 카라와 잔약을 한아름 꽂아둔

목이 길고 허리가 굵은 꽃병을 그려 놓으려고 했었다

그럴 때마다 실패를 거듭해

발라놓은 회벽이 두꺼워져 방안이 좁아지는 느낌이 든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는 꽃병을 올려놓은 테이블째로

회벽 앞에 놓아둔 적이 있다

그러나 실제와 생각에는 이렇게 뛰어 넘을 수 없는

벽이 엄연히 존재한다는 걸 또 느꼈을 뿐이다

그럴 때마다 푹 안길 수 있는 이 흰색 소파가 좋다


"꿈꾸지 않고 자는 잠처럼 남겨질 것 없는 현실의 시간이

표현하기도 싫은 통증을 자꾸만 만들어 낸다"


눈물에...... 얼굴을 묻는다


이제야 종이와 볼펜과 생각과 느낌의 관계를 알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