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년이라고 불러주던 때

 

친구들이

문학소년이라고 불러주던 때

각혈하는 폐병환자가 되어

병원에 입원하고만 싶었습니다


붉은 잉크를 사다가

노트에 피 흘린 듯 뿌려 놓고

신음하듯 벽에 기대어 있곤 했습니다


환자들이 낭만적으로 보여

병실 창문에 서 있는

그들의 모습들을

왜 그리워만 했을까요


시작 노트에 쏟아 놓은

붉은 잉크들이 기억 속에서

꽃으로 피어날 무렵

나는 시를 쓰는 시인이 되었습니다


오늘에 와서는

모두 다 병든 것만 같습니다

성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나는 외칩니다

파랗게 질린 사람들 속에서

나는 진정 피가 도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