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다는 게 다 그런거야

 

음악도 모르던 네 녀석이

필하모니에서

잠자고 있을 때

우리는 깊은 감상에 빠져있는 줄 알았다.


옆구리에 항상 두꺼운 책을 끼고

연극이며 영화며

줄기차게 관람하던 너

위대한 예술가가 이땅에 태어나는가 했다.


휴일이면

카메라를 들쳐메고

교외로 빠져나가기 바쁘던 너

낭만적으로 살아갈 줄 알았는데

우연히 전철에서 만난 날

이마에 깊이 패인 주름

덥수룩한 수염


신문을 남산만큼 펴고 보는 너도

나와 같은

통속적인 인물이 되었구나


친구야!

산다는 게 다 그런거야

살아감에 멋을 부리게나

우리는 낭만파가 아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