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하루

 

하루가 창을 열었습니다

막 필름을 갈아 낀 사진기자의 눈동자처럼

초점을 맞추며 거리를 나섭니다


시인의 노래보다 더 푸른 하늘에

빨간 점 하나 찍으며 날아온 고추잠자리


가지 끝에 달려 있는 나뭇잎에

외마디처럼 남아 있던 가을이 바람에 날립니다


오늘은 기억에 남을 몇 장의 스냅 사진 같은

일들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람들의 표정도 진지한데

신나는 일이 없을까요


수북이 쌓인 낙엽과 함께

나의 발자국마저 쓸어 담는 청소부를 보며

마음만 외로워져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