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초상

 

당신은 계절의 여인이었습니다

봄이면 꽃을 피우고

여름이면 숲을 이루고

가을엔 인생을 노래하고

겨울이면 죽음을 이야기 하였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당신을 바라보는 것이

당신의 마음을 담는 것이

사랑인 줄 몰랐습니다

이렇듯 수많은 시간들이 흘러서야

비로소 사랑이었구나 생각합니다


그 날 하루 하루가

기다림이었던 것을


꽃내음처럼 다가왔다가

바람처럼 가버린

당신은 순수한 영혼을

갖고 있었습니다


눈물이 많던 이여!

인생에 몇 발자국을 더 남기기 위하여

생을 산다면 의미가 없어

가슴으로 살려고 하니

가득 채울 여백이 없어

더 초라하다고 말하던 이여


훌쩍 떠나는 여행자의 차림으로

나의 곁을 떠나 버린 뒤로는

가벼운 마음으로

살고자 하니 아쉬워지며

늘 여운처럼 다가오는 그리움을

느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