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

 

그림자는

또 하나의 나

신의 가죽옷을

못 입은 죄의 껍질


인간의 발꿈치를 물어

죽음을 부른다


나의 그림자는

일생을 유혹으로

서성거릴 뿐

뜨거운 포옹조차 거부한다


온종일

발목을 미행하다

밤이면

내 살을 간음해 늙게 한다


내 운명이

최후의 시간을 알릴 때

가장 다정하게

내 볼을 맞대고 눕는다


나의 그림자는

나로 태어나

어둠을 살다

어둠으로 사라지는

내게는 가장 긴 침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