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비 속의 불길

 

나는 지금 불입니다

당신이 내 안에 질러놓으신 불은 십이월 찬비에도

식을 줄을 모르고 타오릅니다

무성한 불길 두려워 인적 없는 섬진강변 갈대밭으로

달아갔습니다

강변 갈대밭에 그 불길 토해내며 내달았습니다

그 불길 닿으면 누구라도 데일까봐 강둑길 어둡도록

동네로 들어서지 못하고 있습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이 불길 삼켜 밤을 밝히는 것일까요

이 불길 식혀 물길 만드는 것일까요?

당신이 내 안에 질러놓으신 불은 십이월 찬비에도

식을 줄 모르고 섬진강 갈대밭에 타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