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밥

 

산들이 산 속에서 걸어나와

제자리를 찾아 서고

아직 아무 데도

해뜨지 않았습니다

하얗게 깔린 서리밭을 밟으며

나뭇짐 짊어지고 산 내려옵니다

막 깨어나며 일어서는

먼 산기운은

내 이마를 싸늘하게 때려

내 빈속을 더 깨끗이 비웁니다

마른 풀잎에 서리가

흰 꽃가루처럼 눈 시리게 떨어져

내 발등에 모입니다

서러움 같습니다

나무지게 내려놓고

몸으로 지게 기대고 서서

발끝으로 언 땅을 차다가

먼산을 바라봅니다

눈부시게 타올랐던

단풍잎들 무참하게 지고

해 떠나버린

저 남산 응달에

하얗게 서리 내려

진달래꽃 필

따뜻한 봄날 기다리고

산 아래 흐르던 강물은

단단하게 얼음 잡혀

해 돌아올 춘삼월에

산그늘 걷히길 기다립니다

일어나 가야지요

찬서리에 묻힌

찔레나무 붉은 찔레 열매 따서

김 나는 내 가슴에 묻고

이 깨끗한 신새벽

빈산의 배고픔으로

아침 연기 오르는

우리집에 들어

나뭇짐 부리고

쇠죽 퍼주고

나도 아침밥 먹어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