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께 올립니다

 

어머니 여기는 이상합니다

산길 들길도 아닌데

문득문득 발길에 무엇이 차여 피 흘리고

얼굴에 무엇이 자꾸 걸립니다

어머니, 어머니를 따라다니던 강 건너 밭길 산길엔

돌멩이 하나 풀잎 하나라도 발길 눈길에 익어

캄캄한 밤에도 성한 몸으로 다니곤 했지요

어머니, 징검다리 아흔여섯 개는 몇백 년을 떠내려가지 않고

뿌리 튼튼히 사람들이 다니지요

동생 업고 어머니 찾아가다

징검다리 난간에 서면

아득하게 물소리가 들리고

물 속엔 끝없이 푸른 하늘이 고여

나는 늘 어지럼을 탔지요

어머니

올봄 마을 앞 느티나무 잎은 어디서부터 피고

소쩍새는 저녁마다

얼마나 어머니 베갯머리에 찾아와 울고

저 남산 진달래꽃은 얼마나 산을 불지르던가요

어머니

눈코 뜰 새 없이 모내기 콩밭 고추밭 논약 뿌리기

늙으신 몸 휜 허리는 또 얼마나 더 휘어지고

흙빛 얼굴에 주름은 얼마나 깊어졌는지요

저 높은 집들과 호화로운 거리를 지나며

문득문득 어머니의 어둔 얼굴 땜에 나는 발이 멈춰집니다

어머니

올 가을 정자나무 잎은 어디서부터 물들던가요

고추는, 그 싸디싼 고추는 방에 얼마나 붉게 널리고

앞 냇가 바위 위엔 또 얼마나 많은

감 쪼가리 호박 쪼가리 토란잎이 널려

물에 어른거렸는지요

이맘때쯤이면

앞산 밭이랑이랑 보리들이 푸릇푸릇 강물에 비치고

징검다리 빨래터엔

방망이 소리가 겨울 빈산을 울리고

긴긴밤엔 아주먼네들이 뉘 집에 모여

긴긴밤 부엉이 소리를 듣는지요

어머니

이따금 신문에 고추싸움 이야기를 들으면

눈물이 나고

주름진 어머니들 얼굴이 앞을 가려

일손이 놓아지곤 합니다

몹쓸 사람들이지요

그렇게 늙은 몸으로 지은 농사를

이렇게 무시하다니

이러고도 우리 모두가 무사하겠습니까

어머니

큰어머님이 돌아가셨을 때

큰어머니 손톱 밑에 낀 검은 흙을 보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지금쯤 눈 녹은 앞산 양지 쪽에서

나무하고 계실 우리 어머니

어머니

그리운 고향 산천이 발길에 밟힙니다

설날에 찾아가겠습니다.

서울에서 작은딸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