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마음에 등불을 달고

恩寅에게

 

외로움이 안되어 외로울 땐

외로운 마음을 달래며

기러기 나는 노을을 따라

해 저무는 강물로 가보자.

해 저문 강변에

우리들의 슬픈 시같이

저문 바람에 흔들리며

어둠속에 피어나는

가난한 고향 식구들의 눈물 같은 꽃 송이송이

우리 야윈 어깨를 서로 기대고

소리없이 저무는

오래된 강물을 바라보자.


바람은 쌀쌀하고

세월이 간다 소쩍새 저리 울어대니

달이라도 맘껏 떠오르면 좋으련만

꽃들은 어둠속에 피어 괴롭고

뜨건 눈물 복받치는

동강난 조국의 이 아픔들

별들이 구름 속에 숨는다.


봄부터 가을 끝까지

강에까지 왔다갔다하는

너와 나 사이

봄부터 가을 끝까지 꽃이 다 지고

잔잔한 사랑에

아픈 숨결같이

물결이 인다 이 겨울이 간다.

아아, 우리들의 외로움이

이 가을 마른 풀잎들같이

서로 머리 부벼 우는 슬픔일지라도

우리 외로운 마음에

따순 등불을 달고

가을 시린 바람 끝에서

어둠을 뚫고 달려오는

눈송이를 비춰보자

우리 야윈 어깨에 내리는 눈을

서로 털어주며

우리 허전한 등뒤

끝내 이길 가난의 강물 위에

겁도 없이 사라지는

깨끗한 사랑 같은 눈송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