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찾아서

 

그대는 지금 부안 가는 길 어드메쯤 바닷가 낮은 지붕

돌담집 마당에 서서 노을 지는 서해 바다를 보고 있다.

그대가 서 있는 집 돌담집 너머 어느 밭가에는

노란 유채꽃이 피어 있다. 바람이 불어 유채꽃이 흔들린다.

노랑나비 한 마리가 꽃잎을 떠났다가 바람이 가버리니

유채꽃잎에 다시 앉는다. 그럴 때는 나비도 꽃잎이다.

그대 집 담 너머에는 파꽃이 희게 피기도 하고

그대는 하얀 수건을 쓰고 뜰방에 앉아 흰 파뿌리를 다듬는다.

바다가 그대 눈썹 아래까지 다가왔다 간다.

보리밭에 보리가 파랗게 자라 누렇게 익으며 쓰러지기도 하고

무릎을 짚고 일어나 바다를 보기도 한다.

배추가 싱싱하게 자란 늦가을이면 그대는 수건 쓰고 호미 들고

밭에서 돌아온다.

산그늘 속에 산도라지꽃이 피고 바람이 분다.

멀리 배가 통통통 지나가고 바다가 파랗게 부서진다.

그대 고운 머릿결이 내 가슴에 하르르 내려앉는다.

가랑비가 내릴 때도 있다. 가랑비 내리면 길가에 풀잎들이 살아나며

눈을 뜨고 바다로 난 좁은 흙길이 구불구불 붉게 젖는다.

젖어 바다로 간다. 문을 열어놓고 팔 베고 모로 누워

비오는 바다를 바라본다. 집이 너무 가난하여 배가 될 때도 있다.

어느날은 그대도 없는데 눈이 내린다. 돌담 위에도 눈이 소복이 쌓여

낮은 처마를 가린다. 하루가 다 갔는지 집이 환하게 해가 진다.

해는 바다에 다 가서야 바다 위에 황금 물결로 길을 열어

길을 바다에 내린다. 그대가 가야 할 길이 잠깐 해까지 멀리 닿아 있다.

고기들이 길 밖에서 뛰어 오른다. 그대 흰 치맛자락이 차분히 내린다.

그대 집 뒤안 보리밭머리 장다리꽃밭에서 봄빛을 부수며

배추흰나비가 바다로 훨훨 날아간다.


파도야

파도야

나비 속날개 젖을라 눈을 내리깔고 그대가 파도를 부른다.


불이 잘 들어가는 방 두개, 부엌 하나 새 풀잎 돋아나는

그대 집 마당을 날아가는 나비 그림자도 보이는

깨끗한 가난, 가난한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