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 편지

누이들에게

 

보내준 편지 잘 받았다

오월에 찍은 사진은 화사하게 어여쁘구나

너희들이 자라서 가난한 대로

너희들을 서로 헤아리며

두 손 마주잡고 곱게 웃었으니

나무와 나무 사이 돋아나는 풀잎새

오월은 푸르르고

이쁜 구석들이 다 보이는구나

한솥밥 먹고 자라난 우리

누가 더 이쁘고 어느 하나가 미우랴

이 나라 고운 하늘 아래서

이 순간 나도 한짐 가난을 벗고

머리를 씻어올리니 앞산 앞내가 개는구나

물속 발이 이쁘던 누이들아

행여 잊지는 말거라

우리 지울 수 없는 가난한 날들

배고파 우는 너희들을 업고 손잡고

밭매는 어머니 찾아 가고 오던

산길 강길

찔레순 뜯어먹던 하루해가

해 지는 강가에서 한없이

길고 길었느니라

풀꽃 핀 강변에 내려놓으면

토끼풀꽃 자운영꽃을 따먹던 누이들아

너희들이 살고 내가 이 땅에 사는 동안

갈가리 찢기고 갈라진

어머니 손등 발등

금간 우리들의 가슴에

찾아들지 않는 오월 햇살 대신

흙 들고 가난 들어

소쩍새는 손톱 기를 새 없이

울어 땅이 애리고

아버지는 흙바람 속에

눈 비비며 지게 지고 걷는

설운 황토인지라

혹여 저 도회바람에 두 눈 다 팔지는 말거라

그게 이 땅에 사는 삶일지라도

생각하면 이 땅은 너무 설운 땅이니라

누이들아

생각하건대

배고픈 데서 허기로 핀 꽃들은

더욱 눈부시더라

진한 그리움에 타고

절실한 사랑을 얻어라

사랑하고 사랑 때문에 괴로워하고 슬퍼하며

기쁜 눈물도 고운 발등에 떨구거라

사랑으로 흘린 눈물은

저 하늘가를 돌아와 땅에 떨어져

풀꽃들이 저리 피나니

너희들이 딛은 땅은 피 흘린 사랑으로 굳세고

너희들의 이고 있는 하늘은

타는 사랑으로 저리 푸르나니

누이들아

맞잡은 손을 더욱 굳게 깍지 끼어 굳세거라

너희들이 저쪽 오월 하늘을 보노라면

나는 웃음보다는 설운 눈물이 앞을 가리나

다 자란 너희들 앞에서

어느덧 나도 울음을 삼키며

한짐 설움도 벗고 웃고 있구나

누이들아 저 사진 위로는

지금 공원에 아카시아꽃들이 만발했겠구나.

아무쪼록 매사에 찬찬하고

험한 세상 거친 세월

이 세상 이 사람들에게 다정하여라

너희가 자란 강변 작은 마을에서

오월에 큰오빠가 어머님 곁에서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