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
오늘은 장마로 불어난 강을 건너
집에 가야겠다.
강을 건너 벗은 신을 들고
심어논 벼들이 돌아앉는 논두렁을 지나면
삽을 메고 논 가득한 벼를 바라보며 서 있는
아버지 곁에 서보려 한다.
- 올해는 벼들이 일찍 깨어나네요
- 그렇구나
쌀보다 나락을, 나락보다 논 가득한 벼를
벼보다 겨울논을 더 좋아하시는 아버지
아버지의 농사는 언제나
논에서 풍년이고
논 밖에서 흉작인데
내 농사는 논 밖에서 풍년이고
논 안에서 흉년입니다 아버지
아버지의 비는 아버지 일생의 피이고
내게서 비는 저 흐린 허공의 비애입니다.
- 집에 가자
- 예 아버지
아버지, 논으로 울고 논으로 웃고
논으로 싸워 아버지의 세상과 논을 지키신 아버지
아버지의 적막하게 굽은 등이
오늘따라 왜 이리 넉넉합니까
집에 들면 강 건너 밭 지심을 걱정하시는
어머님 곁에 앉으셔야
맘이 놓이시는 아버지
우리들의 아내는 우리들의 마음을
무엇으로 안심시킬까요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