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하다 건너다보면

버들피리 불며 보리밭을 매던 너

네가 오지 않으면 내가 가고

내가 가지 않으면 네가 오고

서로 생각하며 가다오다 만나면

문득 얼굴 들어 함께 웃던

꽃 피고 지며 눈 나리던 강길

우리 다시 오고 가지 못할 길같이

풀들이 우북하게 자라 길을 덮었어도

구월은 어김없고

강물은 반짝이며 흐르는구나.


보리풀 하다 보면 빨래하던 너

물 불은 강을 건너서

고운 맨발로도 오던 네가

신을 신고도 못 오는구나.

빤히 건너다보이는 너의 집 마당

붉은 고추를 널고 담던 너

마음이 가면

달 없는 밤 눈을 감고도 갔던 내가

환한 대낮 눈을 뜨고도 막히는구나.


자고 일어나보니

갈길이 막혀

마을 앞 정자나무 아래 우두커니 서 있다가

돌아섰던 너와 나

내가 가지 않으면 네가 와야 하고

네가 오지 않으면 내가 가야만 할

수많은 가슴 아픈 세월이 흘렀어도

강물은 저 위로 시퍼렇고

딴길로 갈 수 없는 우리 사랑은

철책선 이 건너 저 건너

산그늘 강길에 내려

포탄에 찢기던 들국들이

엎어지면 코 닿을 데,

길이 아니면 가지를 말라고

너와 내가 오가던 발자국 따라

하얗게 피며

아무도 막지 못하는

마음이 가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