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앵두

 

그런 맘 먹은 적 없어요

청개구리 구슬피 울고

소쩍새 속절없다 우는 밤

정자나무 그늘에 앉아

강 건너 달맞이꽃 바라보며

슬픈 세상 세월 사랑에 눈떠

해맑은 내 님 그리며

보이잖는 속울음 삼켰을망정

푸른 산허리

빨간 산앵두 풀잎새에 두고

생이별 같은 그런 모진 맘

달빛 아래 야속하게 흩뿌린 적 없어요


꿈에라도 그런 맘 먹은 적 없어요

가난한 사람들이

삽과 괭이 육신으로 지킨

가난한 땅이

저렇게 착한 전답으로 누워

푸른 하늘 아래 곡식을 키우는데

꿈에라도 사람하고 웬수질

그런 맘 땅에 심고

푸른 하늘에 던진 적 없어요


앞산 뒷산이 저물어

앞내에 모아질 때

밭에서 돌아오다

손발 식히는 징검다리

대낮에도 글에는 까막눈이지만

나무는 뿌리가 있어야 허고

새암은 물이 있어야 허고

사람은 양심이 있어야 헌다고 하시는

마른 흙덩이 같으신

우리 어머니 옆에 앉아

맑은 강바람 쐬며

인간 세상에 죄 될

피비린내 나는

그 몹쓸 생각 곱씹어

저 푸른 물결에 띄운 적 없어요


하시라도 그런 맘 먹은 적 없어요

이렇게 풀꽃 가득 피는 강변

신 벗어 들고

풀밭을 걸어

아버지 풀짐 아래서

해맑은 햇살, 바람 쐬며

낮자루 움켜쥐며 사람 맘 아닌

그런 맘 새로

풀잎새에 키운 적 없어요

햇살 비치는 속살 깊이 흐르는

이 맑은 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