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을 타고 세상을 건너는 이슬방울

 

이슬비 그칩니다


거미줄 저 건너에 산나리꽃이 피었습니다

지금 산은 가만히

서 있습니다

나는 그냥 늘 이렇게 이렇게 가만히 있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작고 둥그스럼해서 편안하고 조촐한 산,

그 산굽이 도는 호젓한 강물

그리고 날마다 그 강굽이를 돌아 나에게로 오는 풀꽃 같은 아이들

크게 자랑할 것도, 빼어나지도, 그렇다고 어려울 것도 없는 나의 시,

나의 시를 나는

사랑한답니다

이슬비 그치고

거미줄 저 건너에 산나리꽃이 핍니다

거미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세상을 건너가는 저 이슬방울들처럼

나도 아이들이랑 거미줄을 타고

저 건너 산나리꽃에 가 닿고 싶답니다. 가면 금방


도로 이리 오고 싶겠지만요?

그래도, 나도,

저쪽에 건너가 꽃이 되고 싶을 때가 더러 있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