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은 없다

강가에 나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서서

발끝으로 땅을 찬다

어디나 해가 지고

발끝에 채인 흙 속에서

서로 얽힌 흰 풀뿌리들이 드러난다

강물에서는

하얀 달빛이 부서지고

물을 보는

내 마음에서는

산들이 가만가만 흔들린다

삶은,

달이 지나가는 물길만큼

많은 밤들을

뒤채이며 갈 수밖에 없다

산아 나무야

서쪽에 돋는 별들아

나는 너희들에게 나를 기대고

내 일생을 견디었다

이 세상 그 무엇으로도

저 강 저 깊은 달빛을 건질 수 없듯이

이 세상 그 어떤 가지와 뿌리로도

닿지 않은

깊은 곳이 있을지라도

이 세상에

소리 없이 흐르는

강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