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생각 1

 

하얀 탱자꽃 꽃잎은 하나 둘 셋 넷 다섯 장입니다.


푸른 보리밭에 아침 이슬 반짝입니다. 밭 언덕에 물싸리꽃은

오래된 무명 적삼처럼 하얗게 피었습니다. 세상을 한참이나 벗어 나온

내 빈 마음 가장자리 부근에 꿈같이 환한 산벚꽃 한 그루 서늘합니다.

산이랑 마주 앉을까요. 돌아서서 물을 볼까요.


꽃 핍니다.

배꽃 핍니다.

우리집 뒤안에 초록 잎 속에 모과꽃 핍니다

민들레 박조갈래 걸럭지나물 시루나물 꽃 봄맞이꽃 꽃다지도 핍니다

저 건너 산 끄트머리 돌아서는 곳 아침 햇살 돌아오는 논두렁에

느닷없이 산복숭아 한 그루 올해 연분홍으로 첫 꽃입니다.

저 작은 몸으로 꽃을 저렇게나 환하게 피워내다니요.

눈을 감아도 따라옵니다.


꽃입니다 꽃이요 꽃, 만발한 꽃밭입니다.

꽃 피면 꽃 따라 다니며 어쩔 줄 모르던 나이 지나,

꽃나무 아래에 들어가 가만히 앉아 피는 꽃도 지는 꽃도 한참씩 건너다봅니다.


꽃이야 지겠지요 꽃이야 지겠지요

저기 저 하얀 탱자꽃 꽃잎 다섯 장이 다 진다구요.


그대도 없이 나 혼자 허리 굽혀 탱자꽃을 줍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