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사람

 

사람들이 잠든 새벽거리에

가슴에 칼을 품은 눈사람 하나

그친 눈을 맞으며 서 있습니다.

품은 칼을 꺼내어 눈에 대고 갈면서

먼 별빛 하나 불러와 칼날에다 새기고

다시 칼을 품으며 울었습니다.

용기 잃은 사람들의 길을 위하여

모든 인간의 추억을 흔들며 울었습니다.


눈사람이 흘린 눈물을 보았습니까?

자신의 눈물로 온몸을 녹이며

인간의 희망을 만드는 눈사람을 보았습니까?

그친 눈을 맞으며 사람들을 찾아가다

가장 먼저 일어난 새벽 어느 인간에게

강간당한 눈사람을 보았습니까?


사람들이 오가는 눈부신 아침거리

웬일인지 눈사람 하나 쓰러져 있습니다.

햇살에 드러난 눈사람의 칼을

사람들은 모두 다 피해서 가고

새벽 별빛 찾아나선 어느 한 소년만이

칼을 집어 품에 넣고 걸어갑니다.

어디선가 눈사람의 봄은 오는데

쓰러진 눈사람의 길 떠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