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떠나는 소년

 

저녁해 지는 나주 남평역

역마당에 널린 붉은 고추에 해는 기울고

건들건들 완행열차가 숨을 멈춘다

물방개야 소금쟁이야 잘 있어라

지하철을 타고

날마다 하모니카를 불고 다닌다는

눈먼 아버지는 소식이 없고

답십리에서 파출부로 일한다는 엄마도 소식이 없어

개똥벌레야 왜가리야 잘 있어라

외할머니 몰래 나도 서울로 간다

저녁 열차에 가득 햇살을 싣고

길 떠나는 소년의

외로운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