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내 마음은 연약하나 껍질은 단단하다

내 껍질은 연약하나 마음은 단단하다

사람들이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듯이

달팽이도 외롭지 않으면 길을 떠나지 않는다


이제 막 기울기 시작한 달은 차돌같이 차다

나의 길은 어느새 풀잎에 젖어 있다

손에 주전자를 들고 아침 이슬을 밟으며

내가 가야 할 길 앞에서 누가 오고 있다


죄없는 소년이다

소년이 무심코 나를 밟고 간다

아마 아침 이슬인 줄 알았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