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당신을 만나러

서울구치소로 가는 밤길에 함박눈이 환히 길을 밝힙니다

눈송이들은 눈길을 달려가는 어린 쥐들의 눈동자인 양 어여쁘고

당신이 기대어 잠들던 벽들은 길이 되어

추운 나무뿌리들의 가슴을 쓰다듬고 있습니다

언젠가 당신을 만나고 돌아오던 날

눈길에 십자고상 하나 던져버렸던 일이 부끄럽습니다

이제 곧 나무를 떠난 나뭇잎들은 돌아옵니다

적게 가질수록 더 많이 갖게 된 나뭇잎들은 썩어 다시 싹을 틔웁니다

당신은 상처입을 때까지 사랑하는 일을 두려워하지 않았습니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아직도 바람에 흔들리는 까닭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새벽별들이 가끔 나뭇가지에 걸려 빛나는 것은

당신을 사랑하는 나무뿌리들의 고요한 기쁨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