잎새에게

 

하느님도 쓸쓸하시다

하느님도 인간에게 사랑을 바라다가 쓸쓸하시다

오늘의 마지막 열차가 소리없이 지나가는 들녘에 서서

사랑은 죽음보다 강한지 알 수 없어라

그대는 광한루 돌담길을 홀로 걷다가

많은 것을 잃었으나 모든 것을 잃지는 않았나니

미소로서 그대를 통과하던 밝은 햇살과

온몸을 간지럽히던 싸락눈의 정다움을 기억하시라

뿌리째 뒤흔들던 간밤의 폭풍우와

칼을 들고 설치던 병정개미들의 오만함을 용서하시라

우듬지 위로 날마다 감옥을 만들고

감옥이 너무 너르다고 생각한 것은 잘못이었나니

그대 가슴 위로 똥을 누고 가는 저 새들이

그 얼마나 아름다우냐

사랑하고 싶은 인간이 없어

하느님도 쓸쓸한 저녁 무렵

삶은 때때로 키스처럼 반짝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