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들의 결혼식

 

내 한평생 버리고 싶지 않은 소원이 있다면

나무들의 결혼식에 초대받아 낭랑하게

축시 한번 낭송해보는 일이다


내 한평생 끝끝내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다면

우수가 지난 나무들의 결혼식 날

몰래 보름달로 떠올라

밤새도록 나무들의 첫날밤을 엿보는 일이다


그리하여 내 죽기 전에 다시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은은히 산사의 종소리가 울리는 봄날 새벽

눈이 맑은 큰스님을 모시고

나무들과 결혼 한번 해보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