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쥐에게 말을 가르치며

 

만일 내가 물쥐라면

그렇게 물 밖으로 코를 내민 채

삶을 냄새 맡지는 않으리라

물쥐란 놈은 재빠르다

수면에 올라와 어떤 것을 눈치채고는 서둘러

물 밑으로 달아난다


유월부터 그 이듬해 오월까지

낮은 언덕지대에서부터 들판의 물웅덩이에 이르기까지

거기 어떤 것이 있어

흙을 부풀게 하고

물풀의 뿌리를 헤쳐 놓는다

밤이면 수면 위로 얼굴을 내민다


나는 언제부턴가 그것이 물쥐라는 걸 알았다

소리 없이 내 삶을

감시하는 것, 물 속에서

원을 그리며 회전하는 것

때로 내 꿈 속까지 몰래 들어와

잠을 설치게 하고

생각의 뿌리를 헤쳐 놓는 것


저녁에 개를 끌고 저수지 근처로 나가면

그곳에 물쥐가 있다, 나무들 사이에

물에 비친 구름들 사이에

하지만 물쥐는 언제나 혼자다

그렇다, 어떤 때는

나 역시 삶에서 혼자였다


만일 내가 물쥐라면

그렇게 살아볼 새도 없이

삶을 놓쳐 버리진 않으리라

아무것도 아닌 것에 그렇게

놀라진 않으리라


내 집 뒤에

물쥐의 집이 있다

물쥐는 이따금 물 밖으로 걸어나와

내 시집에 얼굴을 문지르기도 하고

코를 들어 내 삶을 냄새 맡는다


물쥐에게

내 상처 받은 일에 대해

고백하지는 않으리라

나는 다만 물쥐에 대한 시를 쓰고

밤이면 들판을 건너가는 물쥐의 발 빠른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는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