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에게 바치는 노래

 

고구마여

고구마여

나는 이제 너를 먹는다

너는 여름 내내 땅 속에서 감정의 농도를 조절하며

태양의 초대를 점잖게 거절했다

두더지들은 너의 우아한 기품에 놀라

치아를 하얗게 닦지 않고서는

네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때도 넌 네 몸의 일부분만을 허락했을 뿐

하지만 이제는 온 존재로

내 앞에 너 자신을 드러냈다


남자 고구마여

여자 고구마여

나는 두 손으로 너를 감싼다

네가 진흙 속에서 숨쉬고 있을 때

세상은 따뜻했다

난 네가 없으면 겨울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 막막하다

쌀과 빵만으로 목숨을 연명한다는 것은

생각만으로도 슬픈 일


어떻게 네가 그 많은 벌레들의 유혹을 물리치고

돌투성이의 흙을 당분으로 바꾸는지

그저 놀랍기만 하다


고구마여, 나는 너처럼 살고 싶다

삶에서 너처럼 오직 한 가지 대상만을 찾고 싶다

고구마여

우리가 외로울 때 먹었던 고구마여

우리는 어디서 왔으며 무엇이고

어디로 가는가


우리는 결국 무의 세계로 돌아갈 것인가

그러나 내 앞에는 고구마가 있다

생명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넌 말하는 듯하다

모습은 바뀌어도 우리 모두는

언제까지나 우리 모두의 곁에 있는 것이라고

아무것도 죽지 않는다고


그렇다, 난 모든 길들을 다 따라가 보진 않았다

모든 사물에 다 귀 기울이진 않았다

그러나 나는 감히 대지의 신에게 말한다

세상에서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해도

고구마여, 너만 내 곁에 있어 준다면

희망은 나의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