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

 

거미의 계절이 왔다 오월과

유월 사이 해와

그늘의 다툼이 시작되고

거미가 사방에 집을 짓는다


이상하다 거미줄을 통해 내

삶을 바라보는 것은

한때 내가 바라던 것들은 거미줄처럼 얽혀 있고

그 중심점에 거미만이 고독하게 매달려 있다


돌 위에 거미의 그림자가 흔들린다 나는

한낮에 거미 곁을 지나간다

나에게도 거미와 같은 어린시절이 있었다

거미, 네가 헤쳐나갈 수많은 외로운 시간들에 대해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거미에게 나는 아무 말 하지 않는다

다만 오월과 유월 사이 내

안의 거미를 지켜볼 뿐

모든 것으로부터 달아난다 해도

나 자신으로부터는 달아날 수 없는 것


나는 해를 배경으로 거미를 바라본다

내가 삶에서 깨달은 것은 무엇이고

또 깨닫지 못한 것은 무엇인가

거미는 언제나 내 곁에 있었다

내가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했을 때에도

거미는 해를 등진 채 분주히 집을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