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아닌 것들

 

여기에 둥근 기둥이 있어 아무도 그것을 둘러가지 못하리라

그리고 여기에 흙 위에 솟아나온 뿌리가 있어

그것은 방향 없는 눈

아무것도 아닌 것


발에 채인다 여기

모든 흐름을 멈추게 하는 것

빛을 갉아먹는 황금색

벌레들

아무것도 아닌 것들


새삼 사랑을 공개할 필요는

없으리라 눈 위에 눈 위의 감시자들에게 새삼

나의 애인을 들추어 낼 까닭은 없다

여기

하늘에서는 조용히 구름이 날고 이미

이전에 왔던 이가 또 소리친다

이제 곧 종말이 오리라 알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그렇게

우리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니라는 것을 안다

우리는 우리가 온 곳으로 되돌아가는 도중에 있음을

안다

눈 속의 감자들, 감자의 죽은

눈들


우리는 소리 없이, 줄지어

검은 나무들 아래로 지나간다

안개, 기둥들,

들리지 않는 소리들

한때 눈 속에 파묻혀 있던

것들, 눈을 아프게 하는 것들


여기에 멈추지 않는 흐름이 있어 우리와 함께

지나간다

소리지른다, 언제나 들리는

소리들

여기에 우리가 서 있어 아무도 우리를 구속하지 못하리라

그리고 여기에 찬란한 기둥들이 서 있어 아무것도

우리의 찬양을 받지 못한다

아무것도 아닌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