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귀에게 바침

 

1

까마귀가 한 마리 날아왔다

그리고는 이상한 듯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나를 쳐다본다

전나무의 서리 묻은 가지에 앉아

검은 날개를 뽐내는 까마귀

나는 아침의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그를 쳐다본다

인생은 결국 고독하며

누구나 삶에서 혼자인 것

나는 왜 미처 그 사실을 몰랐던가

까마귀는 알고 있었을까, 눈동자를 빛내며

전나무의 무거운 가지를 흔드는

까마귀, 나에게 말해라

네가 아는 비밀을

너는 저 눈부신 꿈들 속에서 무엇을 보았는가

때로 반짝이는 것이 있어 바라보면

그것은 슬픔의 검은 신사

까마귀였다


2

나 어렸을 때에도

까마귀를 바라보며 서 있곤 했다

까마귀가 새벽 시간을 건너

나에게 말을 걸어왔었다

나는 서리 묻은 돌길 위에 서서

까마귀의 눈을 바라보며 생의 비밀을

꿈꾸었다 언젠가 붙잡게 될 그것들을

다만 그것들은 얼마나 빨리 시들고 말았는가

그리고는 또 어느 해가 되면

까마귀는 보이지 않았다

전나무의 무거운 가지는 비어 있었다

까마귀는

푸른 허공에 검은 날개를 펴고

세월의 지붕들 위로 날아가 버렸다


3

밤이 되면 나는 까마귀와 함께 명상에 잠긴다

집 뒤의 전나무들은 주문을 외듯 수런거리고

까마귀와 나는 은밀하게 만난다

그의 눈이 내 눈 안에서 빛나고

그의 깃털이 내 몸을 덮는다

때로 공기처럼 가볍게 내 몸은 떠오른다

나 밤의 구름 위로 올라가리라

까마귀와 함께

그곳에서 예언자적 시를 노래하리라

구름들이 몰고 오는 시간 저편의 것을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