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새벽

 

1

시월이 왔다

그리고 새벽이 문지방을 넘어와

차가운 손으로 이마를 만진다

언제까지 잠들어 있을 것이냐고

개똥쥐바퀴들이 나무를 흔든다


2

시월이 왔다

여러 해만에

평온한 느낌 같은 것이 안개처럼 감싼다

산모통이에선 인부들이 새 무덤을 파고

죽은 자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3

나는 누구인가

저 서늘한 그늘 속에서

어린 동물의 눈처럼 나를 응시하는 것은

무엇인가

어디 그것을 따라가 볼까


4

또다시 시월이 왔다

아무도 침범할 수 없는 침묵이

눈을 감으면 밝아지는

빛이 여기에 있다


5

잎사귀들은 흙 위에 얼굴을 묻고

이슬 얹혀 팽팽해진 거미줄들

한때는 냉정하게 마음을 먹으려고 노력한 적이 있었다

그럴수록 눈물이 많아졌다

이슬 얹힌 거미줄처럼

내 온 존재에 눈물이 가득 걸렸던 적이 있었다


6

시월 새벽, 새 한 마리

가시덤불에 떨어져 죽다

어떤 새는

죽을 때 가시덤불에 몸을 던져

마지막 울음을 토해내고 죽는다지만

이 이름없는 새는 죽으면서

무슨 울음을 울었을까


7

시월이 왔다

구름들은 빨리 지나가고

곤충들에게는 더 많은 식량이 필요하리라

곧 모든 것이 얼고

나는 얼음에 갇힌 불꽃을 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