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이런 사람이 그립다 - 이순



수평선이나 지평선 보다

더 깊고 아득한 눈빛으로

세상의 그리움 다 깨워서 보는 사람

다른 사람의 불행한 사랑에

유심히 귀 기울이는

그래서 함께 마음 쓰다듬어 주는

그런 착한 사람이 그립다.


젊은 날 눈부신 폭죽 같은 사랑이

저기 멀리서 단풍에 묻혀 지고 있는데

그 지는 자리의 사랑도

유년의 설빔처럼 때로 설레며

문득 문득 떠올릴 수 있는

그런 아름다운 사람이 그립다.


사랑했던 기억을 벌써 잊고

저만치 걸어가버린 사람이지만

두고 온 사람의

아연히 서있던 모습 기억했다가

가을 편지라도 띄울 줄 아는

그런 순한 사람이 그립다.


가진 거라곤 추억뿐이어서

병들어 창백한 세상에

황금빛으로 반짝이는 목걸이 대신

투명한 수채화 같은 시 한 편

위문엽서처럼 걸어줄 줄 아는

그런 고운 사람이 그립다.


이렇게 눈부시게 맑은 가을 날

그런 가을의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흐린 도시속으로

여행 갈 채비 차리는

그런 행복한 여유의 사람은 더욱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