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비 오는 날은 - 이순

 

자정이 되어 간신히 그치는 비

간신히 버리는 그리움

그동안 너무 많은 것을 버렸다.

허나 세월 지나 돌아보니

버린 것들 그토록 그리워짐은

내가 버린게 아니라

그들이 나를 저버린 것임을

마침내 깨닫는다.


가을비 오는 날은

꽃들도 떨고

꽃들 떠는 곁에서

나도 떨며 섰다.


자정 지나 다시 내리는 비

다시 불러들이는 그리움

이제 내 것인 것 하나 없는

이 허전한 지상에서

보이지 않는 별들 더듬으며

가을비 오는 창가에 서서

잠깬 채 서있을

내 마음 같을 사람

빗물 고이듯 고요히 불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