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그리움 - 문병학

 

비 내리는 산길을 오릅니다

발소리에 놀란 산새들의 젖은 날갯짓 소리

활엽 위에 떨어지는 빗소리가 가슴을 파고들어

깊숙이 가라앉습니다

천지간 이룰 수 없는 그리움은 없다 죄 없는 삶은 없다

앞뒤 없는 생각으로 산자락을 돌아들자

대웅전 추녀 끝 쇠물고기가 가만히 다가와

시린 이마를 칩니다

뜰 아래 비에 젖은 상사화 또다시 이승의 흙 위에 맨몸으로 눕고

무슨 죄값인지 대웅전 앞 귀떨어진 5층 석탑은

천년의 세월을 벌로 서 있습니다


한 마음 속의 또 다른 수천의 나를 다스려

간절한 그리움 하나 이루기에는

한 생의 죄값을 다 치르기에는

이승의 천년 세월은 너무 짧은가 싶습니다

젖은 몸이 자꾸만 떨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