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서 1 - 장석주

 

저문 산을 다녀왔습니다.

님의 관심은 내 기쁨이었습니다.

어두운 길로 돌아오며 이 말을 꼭 하고 싶었지만

내 말들은 모조리 저문 산에 던져

어둠의 깊이를 내 사랑의 약조로 삼았으므로

나는 님 앞에서 침묵할 수밖에 없습니다.

내 속에 못 견딜 그리움들이 화약처럼 딱딱 터지면서

불꽃의 혀들은 마구 피어나

바람에 몸부비는 꽃들처럼

사랑의 몸짓을 해보였습니다만

나는 그저 산아래 토산품 가게 안 팔리는 못난 물건처럼

부끄러워 입을 다물 따름입니다.

이 밤 파초잎을 흔드는 바람결에

남몰래 숨길 수 없는 내 사랑의 숨결을 실어

혹시나 님이 지나가는 바람결에라도

그 기미를 알아차릴까 두려워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