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아가에게 - 이철환

- 해남 버스터미널에서

 

푸른 가로수도 더위에 지쳐 누워버린 여름,

잠자는 아기를 등에 업은 아기 엄마가

터미널 대합실 바닥을 조심조심 청소한다


책임자로 보이는 뚱뚱한 사내가 다가가

아기 엄마의 굼뜬 동작을 호되게 나무라지만

바보처럼 미소 지을 뿐 아기 엄마는 말이 없다


뚱뚱한 사내의 호통 소리에

대합실은 어느새

아기 엄마의 민망한 미소만큼이나 조용해진다


잠시 잠에서 깨어난 아기는 꽃잎 같은 긴 하품을

햇빛 속으로 던져주고 이내 잠들어버린다


아기를 바라보는 엄마의 젖은 눈 위로

반짝이는 물빛 무지개...


잠자는 아가야

어서 자라서

네 엄마의 아픈 마음을 어루만져 주렴

어린 너의 평화로운 잠을 위해

가슴을 찌르는 말에도

바보처럼 웃고만 있는

네 엄마는 바보가 아니란다

네 엄마는 말 못하는 바보가 아니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