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상(自畵像) - 윤동주

 

산모퉁이를 돌아

논가 외딴 우물을

홀로 찾아가선

가만히 들여다봅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습니다


그리고 한 사나이가 있습니다

어쩐지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가엾어집니다

도로 가 들여다보니

사나이는 그대로 있습니다


다시 그 사나이가 미워져 돌아갑니다

돌아가다 생각하니 그 사나이가 그리워집니다


우물 속에는

달이 밝고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가을이 있고

추억처럼 사나이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