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멋진 그림 - 김대조

 

세상이 비좁고 꽉 막혀 보이는 날엔

그림을 그려보자

넓다란 운동장을 캔버스삼고

한 양동이 물을 물감삼아

크고 투명한 수채화 한 폭 그려보자


두 팔 쭈욱 뻗어

커다란 동그라미 그려보고

어릴 적 친구 녀석 주먹코도 그려보고

사랑하는 그이의 발그스레 귀여운 볼도 그려보고

마직막엔 이름 석 자 물도장 꽝 찍어

'나의 작품이다' 크게 하하 웃어보자


그림 밖 가장자리에다 살며시 신 벗어두고

맨발로 사알짝 조심스레 그림 위를 뛰어놀자

동그라미 따라 맴맴 돌아보고

주먹코 위로 껑충 뛰어넘고

예쁜 뺨 위엔 살금살금 걸어보자


그림이 사라질라 미리 걱정하지 말자

마르고 흩어지면

이마 위 이슬진 방울땀 씻어낼

물 한 양동이 떠다가

흙먼지 지워내고 다시 한 번 그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