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가 그리울 때 - 신미영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못견디게 그리워서 바다이고 싶을 때가 있다

산다는 것이

한 걸음 한 걸음 앞으로만 내딛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몰랐을 땐

바다를 알지 못했다

끝없는 깊음과 어둠이 온통 두려움의 대상일 뿐

바다는 잊어도 좋았다


시간 속으로 걸어들어 갈수록

탑은 쌓는 것이 아니라 자꾸 무너뜨려

수평선을 만드는 일이라는 걸 비로소

알았을 때 바다가 그리웠다

그 거대한 물결 앞에 서면

나는 한 점 녹아들어가

없어져도 좋을 왜소함이 자꾸 편안하다


바다가 그리울 땐 서해로 간다

시간 반만 달리면 마주하는 대천의 바다는

언제나 그대로인 것 같지만

또 언제나 같은 표정은 아니다

고운 모래를 밟으며 바다에 서면

고래를 품고도 풍랑을 만나고도

고요히 잠재울 줄 아는 넉넉함이 가슴에 스미는 것 같다


가끔 바다가 그리울 때가 있다

살아갈수록 점점 바다가 그리워질 때가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