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꽃 - 이정은

 

호숫가의 안개처럼

조용히 왔다가 조용히 가는 꽃


함부로 손대지 못할 순수함 속으로

조심스러운 걸음을 숨죽여 옮기어보면

잠들어 있는 아가의 숨소리가 들린다


요염한 아름다움은 아니어도

저를 위한 가시를 숨기고 있지 않은,

고고한 자태는 갖추지 못했지만

얼룩 한 점 없이 하얗게 바스라드는,

알록달록 가을 길을 꾸밀 수는 없지만

사시사철 한결같은 모습의 꽃


들풀의 청초함도

라일락의 짙은 꽃내음도

찾아낼 수 없는 평범한 꽃이지만

뒷자리로 조용히 물러나

있는 듯 없는 듯 입을 다물고

다른 꽃의 화려한 그늘에 가리워도

억울해하지 않는 착한 꽃


뒤로 뒤로 밀려나도

배시시 웃고만 있는 바보 꽃송이

겸손한 꽃에게서 양보를 배워야지

욕심 없이 지킬 곳만 서는 꽃

신비로움에 쌓인 하얀 꽃

그대 이름은 안개꽃이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