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솔잎 - 정은배

 

추운 겨울날 모진 바람을 이기고

푸른 새싹들과 벗하고 싶어

삐죽삐죽 뚫고 나오는 솔잎이 있습니다.


가느다랗고 아주 작은 풀잎

열심히 뚫고 삐져나오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작은 솔잎!

영차영차 키를 높이기 위해 온갖 기력을 다 쓰는 솔잎

너무 여리고 가늘어 나오다가 끊어질 듯한 솔잎

다른 친구 옆에 서면 바로 부서질 것만 같은 솔잎


나는 솔잎이 좋았습니다.

왕성한 솔잎이 아닌 지금 막 자라고 있는 어린 솔잎이 좋았습니다.

부서질 듯한 그리고 가느다랗고 끊어질 듯한......

내가 솔잎을 좋아했던 것은 연약했기 때문이 아닌

어린 순수한 그 마음과 열정 때문이었죠.

왕성해진 솔잎은 뾰족하고 더 가냘파진 자신의 몸으로 남을 찌르기도 하죠.

그리고 성장돼가는 자신을 더 높이기 위해 외모, 말, 물질, 권력

이 모든 걸 자신의 몸에 한겹 한겹 옷 입히는 솔잎이 되어가죠.

그래서 실은 가장 중요하고 가치 있는 것들을 잃어버리는 성장된 솔잎이 되고 말죠.


어린 솔잎!

키를 높이기 위해 엄마의 젖만을 사모했던 순수한 어린 솔잎

지금 나는 어느덧 어린 솔잎을 벗어나서 왕성한 솔잎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나는 막 자라나는 어린 그 솔잎 같은 마음으로 성장된 솔잎이 되렵니다.